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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성복 같은 드라마 음악 색다르게…‘마인’이 막장이라길래 더 끌렸죠”

한국을 대표하는 영화음악 감독 ‘달파란’ 그가 드라마로 향한 까닭


시나위·H2O의 베이시스트이자 헤비메탈·펑크 넘나드는 뮤지션

‘나쁜 영화’ ‘독전’ ‘킹덤2’ 등 참여

독특한 느낌 낼 수 있는 후배들과 여기에 이게 어울릴까 싶은 음악 장르 구애받지 않고 막 뒤섞어 유연·유려하게 만드는 데 초점


주말 드라마 속 상황이 심상찮다. 아이의 가정교사인 줄만 알았던 여자가 남편의 연인이자 아이의 생모라는 것을 알게 됐다. ‘위 올 라이(We All Lie)’나 ‘용서 못해’ 같은 유명한 ‘막장’ 드라마 오리지널사운드트랙(OST)이 자연스레 떠오르는데 들려오는 건 웬걸, 테크노 음악이다. 불륜에 혼외 자식은 기본이고, 각종 갑질에 범죄까지 일삼는 재벌가의 지저분한 풍경 위로 차갑고 감각적인 신시사이저 음이 흐른다. 고음의 여성 보컬이나 화려한 현악기 선율이 나오겠거니 했던 기대가 보란 듯 무너진다. tvN 토일드라마 <마인>의 ‘신선한 막장’을 완성하는 것은 음악이다. 영화음악가 달파란의 솜씨다.

“재밌겠다 싶었어요. 이나정 감독이 ‘막장’이라고 드라마를 소개하길래, 마침 그런 쪽을 해보고 싶었거든요.”

<마인>의 음악 슈퍼바이저 달파란 감독을 최근 전화 인터뷰로 만났다. 밴드 시나위, H2O, 삐삐밴드의 베이시스트이자 한국 1세대 일렉트로니카 DJ로서 헤비메탈, 펑크, 테크노를 넘나드는 전위적인 뮤지션으로 잘 알려진 그는 1997년 영화 <나쁜 영화>를 시작으로 최근까지 <독전> <킹덤2>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등의 음악을 만들며 한국 영화계를 대표하는 음악감독이 됐다. 2019년 SBS 드라마 <빅이슈> 음악에 일부 참여하긴 했지만 드라마 음악 전반을 총괄한 것은 <마인>이 처음이다.

‘왜 한국 영화음악은 늘 뻔할까.’ 1990년대 말 장영규, 방준석과 함께 젊은 영화음악가 모임 ‘복숭아 프로젝트’를 결성해 나눴던 고민은 이제 드라마로 향한다. 달파란과 콤비를 이뤄 <달콤한 인생>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황해> <곡성> 등을 함께 작업한 장영규는 공교롭게도 <마인>과 비슷한 시간대에 방영되는 KBS 주말드라마 <오케이 광자매>의 음악감독을 맡았다. ‘범 내려온다’의 밴드 이날치를 이끄는 장영규의 실험적이면서도 흥겨운 가락이 문영남 작가 특유의 ‘막장극’에 제대로 어우러졌다는 평을 받는다. 달파란은 “서로 이야기를 나눈 게 없어 나중에서야 소식을 알았다. 두 작품 모두 같은 막장 계열이긴 한데 결은 좀 다른 것 같다”며 웃었다.

“지금까지 한국 드라마 음악들이 서로 비슷한 점이 많아 조금 더 다양하면 재밌겠다는 생각은 했죠. 극장에서 보는 영화는 재미가 없어도 끝까지 보는데, 드라마는 그렇지 않잖아요. 짧은 순간에 흥미가 떨어지면 다른 채널로 돌려버리니 순간순간 음악이 자극적으로 나올 수밖에 없어요. 하지만 이런 전형성까지도 ‘한국적인 것’일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 전형성을 완전히 탈피하지 않는 수준에서, 더 유연하고 유려하게 만들고 싶었어요.”


<마인>의 음악은 어울리지 않는 것들이 만나며 생기는 의외성으로 가득하다. 달파란은 “장르에 구애받진 않았다”며 “감각적으로 ‘여기에 이게 어울려?’ 싶은 음악을 하고 싶었다”고 했다. 흔한 재벌가 드라마처럼 시작해 여성 연대라는 예상 밖의 지향점으로 나아가는 <마인>의 서사도 독특한 음악을 완성하는 데 한몫했다. “여성적인 것, 남성적인 것, 폭력적인 것, 부드러운 것들을 막 뒤섞어보고 싶었어요. 여성들의 이야기가 펼쳐질 때 힘 있는 음악이, 남성 보컬이 부르는 음악이 나와도 좋겠다 싶었죠. 그렇게 고른 곡이 이승윤씨가 부른 ‘디스 이스 마인(This is Mine)’이에요.” 음악감독 달파란은 4명의 작곡진과 팀을 이뤄 <마인>의 음악을 만들었다. 밴드 무키무키만만수 출신 영화음악가 이민휘를 포함해 허준혁, 한솔, 김진아가 참여했다. 드라마 경험이 없어도 독특한 느낌을 낼 수 있는 후배 작곡가들로 팀을 구성했다고 했다.

“영화음악이 맞춤옷이라면 드라마 음악은 기성복 같아요.” 음악으로 서사를 표현한다는 점에서는 비슷하지만, 제작 여건과 작업 방식 때문에 드라마 음악과 영화음악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드라마는 음악 작업이 거의 생방송 수준으로 진행돼요. 일요일이 마감일이라면 편집본을 목요일 혹은 금요일에 받아보는 식이에요. 영화는 편집본을 받고 7~8주간 디테일하게 음악을 만들 거든요. 재단부터 바느질까지 전부 도맡아 맞춤옷을 만드는 거죠. 드라마는 여건상 미리 만들어진 곡들을 조합하는 형식으로 작업할 수밖에 없으니 기성복을 코디해주는 느낌에 가까워요.” 드라마라서 좋은 점도 있다. 결과물에 대한 반응을 실시간으로 접할 수 있다는 것. “방영 중에 실시간으로 음악 좋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최근엔 촬영장에 처음 방문했는데, 배우분들도 음악이 마음에 들었다고 하시더라고요.”


장선우 감독의 <나쁜 영화>로 영화음악을 시작한 이후 24년이 흘렀다. “보는 눈이 점점 넓어지고 있는 것 같아요. 영화에 대해 디테일한 면들을 하나씩 알아가다보니 흥미로운 지점들이 계속 새롭게 생겨요.” 인터뷰 내내 달파란이 가장 많이 언급한 단어는 ‘재미’다. “영화음악을 이렇게 오래 할 생각이 없었는데, 하다보니 이렇게 됐네요. 혼자 하는 음악 작업과 달리 늘 협업해야 한다는 점이 힘들고 부담스러울 때도 있지만 재미가 있어요. <마인> 이후로는 할 수 있는 일이 더 많아질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요.” 달파란은 차기작으로 노덕 감독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글리치>, 이해영 감독의 영화 <유령>의 음악을 준비 중이다.


경향신문 김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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